김병규-조각페스타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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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기질을 함축하는 기하학적 구조

김병규의 전시에서 원과 구, 정다면체의 구조물들과 구조의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은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 세계처럼 만물이 비롯될 원형적 모델처럼 보인다. 육중한 돌과 금속들로 만들어진 것들은 움직이지는 않지만, 모든 시초들이 간직할 법한 거대한 에너지를 잠재한다. 고대의 기하학에서 비롯되었을 정다면체의 행렬은 근대의 합리주의와는 다르지만, 나름의 엄격한 질서를 갖춘 상징적 우주를 이루며, 연금술이나 수비학 같은 전래의 비밀스러운 지식 또한 내포한다. 정육면체 구조물을 선보였던 이전 전시를 이어, 이번에는 기하학에서 그와 같은 계열인 정4면체, 정8면체, 정12면체, 정20면체로 완결 지었다. 정다면체에 대한 발상은 플라톤으로 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그것이 단지 이데아라는 관념적 질서를 넘어 물질적으로 구현되었을 때의 양상은 특이하다. 거기에는 부동의 질서를 넘어서는 어떤 요소가 있다. 특히 작가는 다면체의 한 면을 좌대에 붙인 것이 아니라, 모서리로 중심을 잡아 불안한 균형감을 유지시켰다.
여러 다각형을 구조화하는 금속성 테두리 안에 배치된 돌들은 서로 다른 높이와 균열이 남아 있다. 연마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돌의 표면은 거친 야생성을 간직한다. 복잡한 마블링을 가지는 대리석이나 불규칙적 구멍이 나있는 현무암 같은 재료는 추상적인 기하학의 세계에 색과 무게감을 부여하며, 코스모스 속에 내재한 카오스를 나타낸다. 작가는 여러 색과 재질의 돌 위에 물결무늬를 넣어서 유동성의 느낌과 더불어 촉각적 질감을 부여했다. 안구를 떠오르게 하는 구와 원형 구조물은, 기하학으로 채워진 이데아의 세계와 짝을 이룰 가장 지적인 감각인 시각을 대표한다. 벽에 부조 식으로 걸어놓은 원형 동공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초점이 맞추어짐으로 인해, 전시장 내부에 들어온 관객의 시선과 심리적인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중력에 지배받는 돌이나 금속 재료와 달리, 빛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면서 정지된 공간적 질서에 시간성을 부여한다. 그의 작품에서 돌과 금속이 몸체를 이룬다면, 빛은 호흡이나 맥박에 해당한다.

예술은 철학적 개념이나 과학적 전망이 아닌, 지각과 정서를 끌어낸다.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의하면 철학은 개념들을 통하여 사건을 발현시키며, 예술은 감각들과 더불어 기념비들을 세우고, 과학은 기능들에 의하여 사물의 상태를 구축한다. 무한한 상응들로 짜여 진 직조 망이 구도들 사이에 자리한다. 하나의 구도 상에 창조된 각각의 요소는 다른 이질적 요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이 이질적 요소들은 다른 구도들 상에서 앞으로 창조되어야 할 것들로 남아있다. 즉 이형발생으로서의 사유이다. 김병규의 작품은 빛, 금속, 돌 같은 서로 다른 재료가 조합되어 있으며 그것들이 연속적이지는 않다. 거기에는 균열과 간극, 그리고 텅 빔이 내재해 있다. 조각난 전체로서의 개념은 퍼즐의 조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개념들의 불규칙한 테두리들은 서로 맞아 떨어지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완결된 하나의 판들을 형성하지만, 마른 돌들로 쌓여진 벽처럼, 전체가 지탱되는 것은 방향이 엇갈리는 여러 길들을 통해서이다. 거기에는 추론적인 전체를 한정하지 않는 분기점들과 우회로들, 유동적인 연결고리가 있다. 완결되어 보이는 전체는 지속적인 탈선과 이탈의 상태에 있다.
김병규의 작품은 엄격하게 구성, 또는 구축되어 있지만, 간극들 또한 분명하다. 특히 빛은 그 간극들을 극적으로 강조한다. 구성 또는 구축은 주어진 틀의 압제가 아니라, 틀 벗어나기를 감행한다. 직선으로, 또는 불규칙적인 구멍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은 닫힌 구조를 밖으로 트이게 한다. 유한한 구조물은 무한을 향해 열린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유한을 거쳐 무한을 되찾고 복원시키는 일, 이것이 예술의 고유함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에 의하면 철학은 무한에 일관성을 부여함으로서 무한을 구원하고자 한다. 반대로 과학은 지시 관계를 얻기 위해 무한을 포기한다. 예술은 무한을 복원시키는 유한을 창조하고자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김병규의 작품에 내재한 구성의 구도는 우리에게 무한을 되돌려준다. 플라톤으로부터 비롯한 강력한 동일자의 모델은 무한의 기호(∞)처럼 타자를 향해 열릴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사물과 이미지, 원본과 복사물, 모델과 시뮬라크르 등의 엄격한 구분에 근거하는 플라톤의 이원론적 철학은, 배제하고자 하는 대립 항들과 함께 작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립 항들은 순환적인 구조를 이룬다. 요컨대 확실성에는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다. 이 역설적 문제는 김병규의 향후 작업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기하학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다면체들은 이데아–그리스어의 ‘이데아’는 형태와 관계된다고 한다–의 세계를 넘어 자연의 구성성분이 된다. 김병규의 작품은 마치 확대된 원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점, 선, 면의 조합 방식에 따라 다양한 도형이 나오듯이, 4, 6, 8, 12, 20 등으로 확장하는 다면체는 지각되는 물체들을 구성하는 원소들의 형태와 배열, 그리고 위치의 차이를 드러낸다. 장 살렘은 [고대 원자론]에서 고대의 원자론자들은 물질적 미립자들이 모든 현실의 씨앗이라고 간주했다. [고대 원자론]에 의하면, 고대의 원자론자들은 영혼 전체가 아주 작은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정신과 영혼의 구성에 관해 설명한다. 루크레티우스에 의하면 그것들은 숨(바람), 열기, 공기, 그리고 ‘이름 없는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열기, 바람, 또는 공기 중에 어느 것이 한 인간 개체에게 지배적인가에 따라, 각각 화, 두려움, 차분함이 그의 본질적인 기질이 된다. 김병규의 정다면체 역시 그에 상응하는 근본 물질과 기질을 함축한다.

김병규의 작품에서 형태와 관련된 의미에 생동감과 움직임을 주는 것은 빛이다. 특히 빛은 시선과 관련된 매체이다. 시각은 가장 정신적인 감각으로, 플라톤은 정신을 구형과 비유한 바 있다. 원이나 구는 ‘세계를 모든 각도에서 보는 영혼의 총체를 상징’(프란츠)한다. 자끄 라캉에 의하면 세계의 광경은 마치 모든 것을 보는 존재인 것 같다. 이것은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특성을 부여받은 절대 존재가 있다는 플라톤적 시각에서 발견될 수 있는 환상이다. 그러나 환상은 단지 환상에 머물지 않는다. 환상은 기계와 장치와 결합하여 현실적으로 발휘되는 권력으로 재현된다.

한스 블루멘베르크는 [진리의 은유로서의 빛]에서 빛이라는 개념은 원래 이원론적 세계관에 속했다고 말한다. 마치 불과 흙처럼, 빛과 어둠은 근본적이고 원형적인 진리이다. 하나의 매개체처럼 우주를 채우고 있는 밝음은 수축되고 집중되어 형이상학적인 단위로 대상화된다. 빛은 이성으로 고양되는 것이다. 빛-시각성-형이상학이라는 연쇄 고리는 정신의 역사에서 단절됨 없이 이어져왔다. 데리다는 플라톤의 태양으로부터 데카르트의 명백성과 분명성(명석과 판명)을 거쳐, 훗설의 관조의 제국주의와 최종적으로는 하이데거의 드러남의 빛에 이르기까지 이 은유의 궤적을 추적한다. 빛은 철학을 형이상학으로 정초하는 은유로서, 철학사 전체는 하나의 광학으로까지 평가된다. 시각은 거리를 두고 작용하며 빛을 매개로 작용한다. 김병규의 작품에서 다면체와 짝을 이루는 원과 구의 구조물은 시각과 빛의 형이상학을 연결시킨다. 그것들은 현대에도 여전히 영향력 있는 플라톤이라는 거인의 사유를 형상화한다.

이선영(미술평론가)

약력

김병규(金炳奎), KIM BYUNG KYU
2004 서원대학교 미술학과 조소전공 졸업
2007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조각전공 졸업

개인전
2006 제1회 개인전 ·향유· (갤러리 우림)
2009 제2회 개인전 ·조합된 공간· (갤러리 이즈)
2011 제3회 개인전 ·공간_확장· (인사아트센터)
2012 제4회 개인전 ·Space Eye· (아트 스페이스 H)

부스전
2006 중국 국제아트 페스티발(위해시 국제전시센터/중국)
2011 칭다오 국제 현대미술 아트페어(칭다오 국제회장)

그룹전
2013 K-sculpture to the world 이탈리아 피렌체(Fiesole 광장)
BANK ARTFAIR(아일랜드 샹그릴라호텔/홍콩)
한탄강 현대 야외조각 흐름전(연천군 전곡 선사유적지)
삶이야기조각회 20조년기념전(청작화랑.상암DMC홍보관)
성신조각회 40주년기념전(상암DMC)
단원미술대전 추천작가 초대전(인사아트프라자)
“붉은 수수밭사이로”展(중국/경(鏡)갤러리)
돌로생각하다 (갤러리 일호)
레고레타-그의 공간을 품다(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외 80여회.

수상경력
제23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비구상계열)
제22.24.25,29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4회
제9회 야외조각대상전 ·우수상·
2007,2010 단원미술대전 조각부분 ·우수상·2회

현, 한국미술협회, 삶-이야기조각회, 고양조각가협회, 단원미술대전추천작가
경남대학교,진주교육대학교강사역임, 성신여자대학교출강

-서울국제조작페스타 2014 중에서